기울기 기울이기
Art of Tilting

전시 소개

《기울기 기울이기》는 서울문화재단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입주작가 여섯 팀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기획전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서울문화재단과 예술의전당이 함께 주관하고, 효성이 후원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몇 개의 기울기로 이루어져 있을까요? 《기울기 기울이기》는 셀 수 없이 많은 빛, 각기 다른 기울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광대하고 어두운 우주에 나타나는 섬광을 떠올려 볼까요.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깜깜한 공간에 길이도, 크기도, 방향도, 기울기도 모두 다른 빛의 선분들이 반짝이며 떠다닙니다. 무한의 공간 속에서 저마다의 속도로 회전하고, 움직이며 교차합니다. 하나의 기울기가 또 다른 기울기를 만나, 새로운 빛을 만들어 내는 장면입니다. 전시는 여섯 가지 기울기를 소개합니다. 여섯 기울기는 자신만의 밝기와 끊임없는 움직임을 가지고 2024년이라는 시점에 같은 지점을 통과합니다. 그렇게 지금 이곳에 함께 있지만, 이들은 모두 결코 장애라는 말로 단순히 규정되거나 뭉뚱그려질 수 없는 고유한 빛을 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기울기의 스펙트럼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갖고 있는 고유한 기울기, 때로는 완만하게 때로는 가파르게, 누군가는 곧게 누군가는 둥글게 움직이며 서로 만나고 관계하는 기울기들 앞에서, 우리는 기울기라는 공통의 감각을 경험하게 됩니다. 여섯 작가는 자신만의 기울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통해 세상을 바라봅니다. 다른 이들의 기울기와 만나고, 자신의 기울기에 다른 기울기를 더하기도 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기울기를 기울이는 행위는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차이 혹은 불편이라는 조건은 관찰과 감각을 거쳐 외부 세계를 향한 관심으로 변이합니다. 그 결과 우리는 세계를 낯선 방식으로, 고정되지 않는 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나의 기울기를 알아차리는 순간, 역설적으로 세상은 더 이상 기울어진 것이 아니게 될 것입니다. 자, 우리는 각자 어떤 기울기를 갖고 있을까요?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기울이게 될까요?

The Art of Tilting is a special exhibition that highlights the visions of six resident artist teams at the Seoul Disability Arts. Like last year’s edition, this year’s exhibition is jointly organized by the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and the Seoul Arts Center with sponsorship from the Hyosung Corporation. How many tilts exist in the world we live in? Imagine flashes of light in a vast and dark universe. Lines of light of varying length, size, direction, and angle shimmer and float this space so unfathomably dark that it is impossible to estimate its depth. Within this infinite space, these lights spin, move, and intersect at their own pace. The Art of Tilting tells the story of the countless lights and their unique trajectories. It highlights the moment in which one meets another to create a new light. This exhibition introduces six specific lines. These six, each with its own brightness but all in constant motion, intersect at the same point in time in 2024. Although they exist together in this moment, they each emit a distinctive light that cannot be simply defined or generalized by the word ‘disability.’ We pay close attention to the spectrum of these lights. As we observe the unique trajectories possessed by all beings in the world—sometimes gradual, sometimes steep, some moving straight, others in a curve—we experience a common sensation. Rather than chasing the sounds that so abruptly left her, Kim Eunjung, calls upon the other senses she possesses. Her delicate, lightweight, and semi-transparent veils transmit rainbow-like sensations to our skin. Kim Jinjoo dedicates hundreds of hours to tiny beings, such as a single wildflower peeking out from the cracks in an asphalt roadside. With a pen gripped between her toes, she draws the white glow of fragile yet resilient plants that flaunt their vitality. Laumkon (Lee Gi-eon and Song Ji-eun) creates mountains that cannot be conquered by mere feet. Linguistic discomfort is overcome by landscapes conveyed through language, and a body incapable of climbing mountains transforms into one that creates them. Bak Yuseok expresses the ever-changing experiences of life and emotions through time using audiovisual images. His horizontal and vertical panels appear strong and unwavering, yet the light flowing flexibly within the frame and the sound surrounding the space reveals an inner dynamism that wavers and then subsides. Yoon Hagyoon uses blurred ink to powerfully portray the gaze of monsters and the gaze directed toward them in return. The simple, ordinary appearance of these monsters, far from the grotesque, represents the negative emotions that live and move without suppression in everyday life. Hur Kyeom gazes down upon a cityscape densely packed with buildings. By reconfiguring the once-clear landscape into a hazy, ambiguous image on canvas, he emphasizes the dual emotions of comfort and unfamiliarity felt when viewing the city. These six artists listen closely to their own circumstances, view the world through them, meet others’ trajectories, and add them to their own. This act of changing a given trajectory creates impact. The conditions of difference or discomfort transform into a focus on an external world, through observation and sensation. As a result, we are able to experience the world in unfamiliar ways through fluid sensations. The moment we recognize our own tilt, paradoxically, the world will no longer seem tilted. So, what kind of tilt do each of us possess? And how will we alter it?

《기울기 기울이기》는 서울문화재단의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에서 활동하는 작가 여섯 팀을 소개합니다. 이 전시는 서울문화재단, 예술의전당이 함께 만들고, 효성이 후원합니다. 《기울기 기울이기》는 기울기에 관한 전시입니다. 기울기란 물체가 얼마나 기울어져 있는지 나타냅니다. 이 전시에서 기울기는 각자 다르게 세상을 경험하고 느끼는 방식을 뜻합니다. 또 기울기는 각자가 만들어 내는 빛을 뜻하기도 합니다. 수많은 빛줄기가 깜깜한 하늘에서 움직이며 떠다니는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길이, 크기, 방향, 색, 그리고 기울기가 모두 다른 빛줄기들입니다. 서로 다른 빛줄기끼리 만나서 새로운 빛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각자가 만들어 내는 수많은 기울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기울기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기울기 기울이기》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각자 자신만의 기울기에 집중하며 작품을 만들어왔습니다. 2024년, 장애 예술인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모였지만, 사실 작가들은 장애와 상관없이 모두 자신만의 특별한 방식으로 빛을 내며 살아가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들의 기울기에 귀를 기울여 봅시다. 기울기들은 완만하기도 하고 가파르기도 합니다. 모두 다르게 생긴 기울기들은 움직이다가 서로 만나기도 합니다. 이 작품들 앞에서 우리는 작가들의 반짝이는 기울기에 공감할 수도 있고, 나의 기울기에 대해 돌아볼 수도 있습니다. 여섯 팀의 작가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작가들을 보면 각자의 특별한 방법으로 세상을 보고 느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기울기가 만나면 새로운 변화가 생깁니다. 누군가 생김새가 다르거나, 움직이기 불편한 몸을 가졌다면 그는 다른 사람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그는 특별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이렇게 나만의 기울기를 알게 된다면, 세상이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자, 여러분은 어떤 기울기를 가지고 있나요? 어떤 특별한 방법으로 세상을 바라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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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김은정은 갑자기 자신을 떠나버린 소리를 좇는 대신, 몸이 가진 다른 힘을 불러냅니다. 작가는 얇고 비치는 재질의 튤과 실크를 수십 겹 덧대어 포근한 벽을 만듭니다. 연분홍부터 짙은 파랑까지 다양한 색의 부드러운 장막들은 감상자의 몸을 온전히 감싸는 둥근 공간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느슨하게 아래로 늘어뜨린 하얀 튤 천장은 바깥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공간을 완성합니다. 이곳에서 감상자는 오로지 색과 바스락거리는 소리-촉감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얇고 가벼운 장막을 스치며 무지갯빛의 소리를 듣습니다.

작가는 더 이상 소리를 잘 듣지 못하게 되었을 때, 자기 몸이 가진 다른 감각으로 소리를 느끼기 시작했다. 작가는 아주 얇고 가벼운 천을 여러 겹으로 겹쳐서 벽을 만들었다. 연한 분홍색부터 진한 파란색까지 다양한 색으로 물든 천 사이를 지나가면, 천이 우리를 부드럽고 따뜻하게 안아 주는 느낌이 든다. 하얀색 천으로 덮인 천장은 바깥 소리가 들리지 않게 막아 준다. 우리는 이곳에서 여러 가지 아름다운 색을 보고, 가벼운 천이 몸에 닿는 촉감을 느낀다. 천이 몸에 살짝 닿을 때 나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마치 누군가가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Ethereal Breath (Shashah), 2024. 튤, 실크, 가변크기.

Ethereal Breath: Shashah (천상의 숨결: 샤샤), 2024, 튤, 실크, 가변크기.

“그것은 선명한 윤곽의 형상을 주조하는 장소가 아닌, 색채와 소리(의 감각)과 움직임을, 그러한 불일치의 형상들을 숨죽여 드러낸다. 집과 같은 건축도 아닌, 어떤 형상들을 떠받칠 받침대나 벽도 아닌, 수수께끼 같은 장소를 만들어, 그는 임의의 형상들을 그 내부로부터 출현시킨다. 기억, 은폐, 예언, 기대, 소망….”
― 안소연, 「모든 것은 결국 사랑에 대한 것이었다」(2024) 중에서.

김진주

김진주는 작은 존재들, 아스팔트 길가 틈새에 고개를 내민 들풀 하나에 수백 시간을 내줍니다. 산과 바닷가, 도심의 공원과 길가에서 자라는 작은 식물들을 관찰합니다. 발가락으로 펜을 잡고, 식물들이 자라는 모습을 세심하게 그립니다. 마로니에 공원의 은행나무, 백목련, 구상나무가 펼쳐 보이는 생명의 순간들을 포착하고, 부단한 발끝의 움직임으로 그려냅니다. 흰 종이에 펜으로 그린 식물 그림들은 얼핏 연약해 보이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꾹꾹 오랜 시간 눌러 그린 그림 하나하나에서 강한 생명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2023년부터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그리고 있는 <마로니에 식물> 연작과 나란히, 구봉산과 수정산에서 관찰한 생명의 이야기를 담은 드로잉 <무당거미줄>, <굴참나무>도 함께 소개합니다.

작가는 산, 바닷가, 도시 속 공원에서 식물을 관찰한다. 마로니에 공원에 있는 은행나무, 백목련, 구상나무가 생명을 만드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부지런하게 발가락을 움직여 그림으로 남긴다. 하얀색 바탕에 가느다란 펜을 사용해 식물을 그리기 때문에 얼핏 연약해 보이지만 찬찬히 들여다 보면 그림 하나하나는 강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전시에서는 2023년부터 꾸준히 그리고 있는 <마로니에 식물> 시리즈 작품, 구봉산과 수정산에서 관찰한 자연을 그린 <무당거미줄>(2019), <굴참나무>(2020)도 함께 소개한다.

마로니에 식물 ― 열매가 되기 전에… (백목련), 2023, 종이에 펜, 30.5 × 23cm.

마로니에 식물 ― 열매가 되기 전에… (백목련), 2023, 종이에 펜, 30.5×23cm.

“김진주는 발가락에 펜을 끼워, 그의 발을 움직여 그릴 수 있는 크기의 작고 흰 종이를 하나씩 넘기며 그림 그린다. 애초에 그가 본 것에 대해 글로 기록하는 일과 그 일은 크게 다르지 않다. 김진주의 글과 그림은, 그가“볼 수 있는 것”의 한계와 가능성을 오가며, 무언가를 기록하고 기념한다.”
― 안소연, 「김진주의 소소함과 원대함」(2024) 중에서.

라움콘(Q레이터·송지은)

라움콘은 문화기획자로 활동하던 이기언(활동명 Q레이터)과 시각예술가 송지은으로 구성된 팀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언어 능력과 몸의 움직임에 이상이 생기면서 Q레이터는 그로 인해 경험하게 되는 상황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시에서 라움콘은 유명한 등반가였던 Q레이터의 아버지가 정복했던 산의 풍경과 그 여정에 관한 이야기를 청해 듣고, 말로 전해진 산의 풍경을 자신의 언어와 몸의 감각으로 해석한 신작을 선보입니다. <환영>은 아버지의 인터뷰 영상, Q레이터가 흰색 점토로 빚어 올린 산,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되었던 Q레이터의 손 글씨 노트로 구성됩니다. 여기서 언어적 불편은 언어를 매개로 전해 듣는 풍경을 통해 극복되고, 등반할 수 없는 몸은 산을 창조하는 몸이 됩니다.

라움콘은 Q(큐)레이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기언 작가와 송지은 작가로 이루어진 팀이다. 어느 날, 말을 하거나 몸을 움직이기 어려워졌다. 그 후로 경험한 일들과 느낌을 다른 사람과 나누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라움콘은 직접 오르기 어려운 산을 점토로 만들어 표현한다. 등반가였던 Q레이터의 아버지가 들려주는 산 이야기를 듣고 상상한 그 산의 풍경을 자기의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크기와 모양으로 작품을 만든다. <환영>(2024)이라는 이 작품에는 Q레이터가 흰색 점토로 만든 산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인터뷰 영상, Q레이터가 손으로 쓴 노트도 포함된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산을 오르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산을 만드는 사람이 된다.

환영, 2024, 흰색 점토, 자작나무, 135 × 120cm (전체),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6분. 영상 스틸.

환영, 2024, 흰색 점토, 자작나무, 135×120cm (전체),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6분. 영상 스틸.

이 작업은 산을 관찰의 대상으로 본다면, 거동이 불편한 이도 산을 즐길 수 있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한다. … 아버지에게는 ‘환영(Welcome)’의 장소였던 산이 Q레이터의 ‘환영(illusion)’의 무대로 변화한다. 이 변신술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다양한 관점과 입장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자연스럽게 말해준다.
― 우아름, 「변신술과 확장」(2024) 중에서.

박유석

박유석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하는 삶과 감정을 빛과 소리로 표현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발표하는 신작 <교차>(2024)는 안정감과 불안함의 조형적 대비를 통해 변화의 역동성을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벽면에는 2미터가 넘는 기다란 스크린이 수평으로 뻗어 있고, 그 옆으로는 같은 모양의 스크린 기둥이 수직으로 서 있습니다. 차갑고 단단한 프레임과 대조적으로, 분열과 확장을 거듭하는 세포의 움직임처럼, 역동적인 빛이 스크린에 나타나 유연하게 흐릅니다. ‘교차’의 형식으로 작가는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 순간, 끊임없이 누군가와, 무언가와 마주치는 순간을 은유합니다.

작가는 시간이 흐르고, 감정이 변하는 것을 빛과 소리로 표현한다. <교차>(2024)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 발표하는 작품이다. 벽에 길게 놓인 큰 LED(엘이디) 화면이 있고, 그 옆에 똑같이 큰 LED 화면이 세로로 서 있다. 가로 화면을 보면 안정감이 느껴지고, 세로 화면을 보면 왠지 불안함이 느껴진다. 화면의 뼈대는 차갑게 느껴지는 재질이지만 화면 속에서는 빛이 커졌다가 작아졌다 하며 열정적으로 움직인다. 감정의 변화가 강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교차, 2024, 비디오 설치, LED 패널 모듈, 알루미늄 프레임, 스테레오 사운드, 13.6 × 205.9 × 20cm (1), 205.9
                  × 13.6 × 30cm (3). 영상 스틸.

교차, 2024, 비디오 설치, LED 패널 모듈, 알루미늄 프레임, 스테레오 사운드, 13.6×205.9×20cm (1), 205.9×13.6×30cm (3). 영상 스틸.

“박유석에게 예술은 개념을 통해서가 아니라 감각을 통해 사유되는 것이다. (그의) 작업은 시각으로 인지할 수 있는 범위를 해방시키고 관습적인 인지로부터 자유로운 감각을 독려한다. 이 사실에서 그의 예술이 지닌 새로운 존재론적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 (그는) 음악과 미술의 횡단, 비결정성과 변동성에 더해 공간으로 나아간다.”
―김윤서, 「잔상의 시공간」(2024) 중에서.

윤하균

윤하균은 2022년부터 꾸준히 괴물을 그리고 있습니다. 광목에 먹으로 그린 괴물은 흉측하거나 무서운 모습이 아닙니다. 자세한 생김새나 배경을 그리지 않아 특정한 장소나 상황을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괴기스럽지 않고 오히려 평범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괴물의 모습은 부정적인 감정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순간의 시원한 감정을 나타내는 듯 보입니다. 이처럼 <괴물> 연작은 괴물이라는 존재에 관한 어떤 정서를 덩어리처럼 표현합니다. 작가는 이야기를 전달하기보다는 주관적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적정 수준을 찾고자 합니다. 그 결과 움직임이 없고 흐릿한 괴물의 이미지는 조용하지만 강렬한 힘을 느끼게 해 줍니다.

작가는 괴물을 주제로 그림을 그린다. 괴물의 모습을 흐릿한 먹으로 그린다. 그 모습에서 사람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두려움이나 슬픔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느껴진다. 작품 속 괴물은 무섭거나 이상하게 생기지 않고 아주 평범하게 생겼다. 작가는 괴물을 그릴 때 배경은 그리지 않고 자세하게 그리지도 않아서 괴물이 어떤 장소에 있는지, 어떤 상황에 있는지 알 수 없다. 오직 괴물의 모습만으로 감정을 표현하려는 것 같다. 괴물의 이야기를 전하기보다 감정을 표현하는 데 더 신경을 쓴다. 그림에서 괴물은 흐릿하게 그려져 있지만 강한 감정이 느껴진다.

괴물, 2022, 광목에 먹, 144 × 105cm.

괴물, 2022, 광목에 먹, 144×105cm.

“그의 괴물은 엄청난 힘으로 자신이 원한다면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편견없이 대한다면 무해한 존재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그런 대상처럼 느껴진다. 작가의 입을 통해 전해진 괴물의 이중적인 특성은 우리로 하여금 ‘괴물’을 더욱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 최정윤, 「우리 옆에 있는 괴물을 바라보는 시선」(2024) 중에서.

허겸

허겸은 복잡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외로운 감정을 인물과 풍경으로 표현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 연작 9점을 출품합니다. 작가는 건물로 가득 찬 서울의 풍경을 남산타워나 낙산공원처럼 높은 곳에서 내려다봅니다. 그 풍경을 캔버스로 옮기는 과정에서 디테일을 생략하고, 풍경을 구성하는 건물들을 이어 붙이듯 경계선을 희미하게 만들어 재조합합니다. 그렇게 눈으로 볼 때 선명했던 풍경은 화폭에서 흐릿한 이미지로 바뀌게 됩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의 풍경을 불분명하게 표현함으로써, 작가는 복잡한 도시를 멀리서 바라보며 느끼는 모호한 감정, 알고 있던 것에서 느끼는 낯선 감정을 드러냅니다.

허겸 작가는 복잡한 도시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사람과 풍경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 새로 보여주는 <서울> 시리즈 작품 9점은 서울의 남산타워, 낙산공원처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서울을 그린 것이다. 건물로 꽉 찬 도시 풍경을 아크릴 물감이나 유화 물감을 사용해 그린다. 작가는 눈으로 볼 때는 선명했던 도시 풍경을 그림에서는 흐릿하게 바꾸어 그린다. 작가는 풍경을 자세하게 그리지 않고, 중요한 모습만 골라서 다시 새로운 방식으로 그림을 그린다. 뿌옇고 흐릿하게 그린 도시 풍경은 빽빽한 건물로 둘러싸인 도시 속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낯설음이라는 두 가지 감정을 함께 표현한다. 작가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다.

서울 No. 9 ― Before Sunset, 2024, 캔버스에 유채, 80.3 × 116.8cm.

서울 No. 9 ― Before Sunset, 2024, 캔버스에 유채, 80.3×116.8cm.

“인물을 그린 이전 작품에서는 도시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타인을 통해 홀로됨을 표현하였다면, 도시의 풍경을 담은 작품에서는 작가 자신이 혼자 도시 곳곳을 다니는 행위와 그로 인해 마주하게 된 경계가 허물어진 상태로 자연스레 이어져 있는 건물들의 윤곽선을 통해 혼자 있는 시간의 외로움과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 최정윤, 「도시에서의 삶, 외로움과 아름다움에 관하여」(2024) 중에서.

연계 프로그램

촉각 감상 워크숍

<눈과 손으로 전시 보기>
촉각 도구를 이용해서 시각예술을 감상하는 워크숍입니다. 가족, 친구와 함께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의 감상을 촉각 도구로 만들어 봅니다. 다양한 감각의 연결을 통해 풍부한 전시 감상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일시 2024년 10월 9일(수) 10:30~12:00(90분)
인원 16명(가족 단위 참가자 포함 2~5명씩 3팀으로 구성)
대상 만 7세 이상 어린이 및 성인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강사 성연진 에듀케이터

도슨트 프로그램

전시 기간 중 매주 토요일에 전시 해설이 진행됩니다.

일시 9월 28일(토)
10월 5일(토)
10월 12일(토)
11:00 쉬운 도슨트
15:00 일반 도슨트

기관 소개

서울문화재단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장애예술 분야 전문 창작 공간으로 2007년부터 17년간 350여 명의 장애예술인을 배출하며 상징적인 장애예술 기관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입주 예술가 창작 지원사업과 전 분야 장애예술인의 창작 활동과 발표를 지원하는 장애예술인 창작 활성화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러 기업 및 기관들과의 후원 및 제휴 사업을 통해 장애예술인의 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마련하고 예술생태계의 다양성을 증진합니다.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로고
참여 작가 김은정 김진주 라움콘 박유석 윤하균 허겸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주최·주관 서울문화재단, 예술의전당
후원 효성
기간 2024. 9. 26. 목요일부터
10. 15. 화요일까지
관람시간 10:00~19:00 (18:00 입장 마감)
휴관일 매주 월요일
관람료 무료
문의 02-423-6675
기획 더리튼핸즈
쉬운 글 제작 소소한소통
수어 해설 이선회 수어통역사
오디오 가이드 배우 김영민
디자인 사록
웹 개발 김도연
영상 피그리프 스튜디오